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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rent Issue

Seminar |김영수 교수가 말하는 지금 북한에선

●“여성 지위 높아지고 시장의존도 커져”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이 지난 10월22일 개최한 제613회 세미나에서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최근 북한 내부 동향과 체제변화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를 발췌해 싣는다.
                                                           
●가장 인기 있는 당관리 자제의 혼수품은 우리가 만든 쿠쿠전자밥솥이다. 북에서는 쿠쿠밥가마라고 한다. 북한돈으로 120만원이다. ●북한 여성들은 남편들을 멍멍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밥만 먹고 집을 잘 지킨다는 의미다. 지금 북한은 김장전투로 전 지역이 열을 올리고 있다. 김장은 반년치 식량이다. 김장전투에 모두 총진군하자는 캐치프레이즈가 나와 있다. 그런데 북한사람들의 월급이 북한돈으로 1인당 3000원 정도 되는데, 배추 한 포기가 600원이다. 소금이 1kg에 1700원 정도다
최근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북한에선 전국적으로 인구조사가 시행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 동원되고 있는 사람은 주로 여맹원들이다. 각 시군에서는 본격적인 인구조사에 앞서서 동사무소에 여맹원들을 비롯한 인구통계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을 조직해서 인구조사와 관련된 강습을 실시했다.

북한의 인구에 관해선 여러 가지 통계가 있는데, 2287만3700명이라는 숫자가 북한 병원 당국의 발표다. 그런데 실제로 조사하면 1800만명이 안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이번에 어떤 숫자가 나올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북한은 핵심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 이렇게 나뉘어 있다고 봤는데, 이제는 그런 의미는 별 의미가 없다. 지금은 배급의존계층, 시장의존계층, 아무 대책이 없는 무대책층 이렇게 셋으로 구별할 수 있다.

국가로부터 배급망이 많이 약화되었기 때문에 국가로부터 배급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받는 사람까지 치면 200만명, 제대로 생필품을 갖춰서 받는 사람들은 한 50만명, 김정일 선물을 받을 수 있는 특수계층은 2만20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집에 있는 것이든 뭐든 싼 것은 다 가져다가 비싼 곳에 팔아서 먹고사는 시장의존계층이 1200만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인구 몇 백만 명은 무대책 계층이다. 먹을 것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고, 계속 굶다가 병사하는 그런 계층들. 지난 1993년부터 98년까지 고난의 행군 동안 많게는 300만명, 적게는 200만명 이상이 아사했을 것이라고 이야기들 한다. 아마 그 계층들이 다 무대책계층이 아니라 배급계층들이 주로 죽었을 것이다. 배급을 받다가 중지되어 아무 대책이 없이 죽은 것이다
우리는 1998년에 고난의 행군이 끝났다는 북한의 표현을 그대로 받아서 쓰고 있지만, 최근에 보니까 2000년, 2001년에 아사자가 더 많았다. 평성시라고 평양에서 조금 떨어진 북한의 과학 중심지역이 있는데, 그곳에 과학원이 있다. 과학원에서 900명 정도의 과학자들이 근무를 하던 단위체가 있었는데, 2001년에 78명이 죽었는데도 아무도 몰랐다. 한 명씩, 한 명씩 아프다고 결근하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집에 가보니까 못 먹어서 다 굶어죽어 있더란다. 최근 탈출한 고위 관리가 전해준 이야기다.

Made in Korea만 붙으면 값이 5배

지금 북한은 식량난이 상당히 심각한 상태에 있다. 월급은 북한돈으로 3000원 수준인데, 그것도 1년에 두 달 정도도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 1kg이 지금 3000원을 넘고 있고, 내년에는 5000원이 넘을 거라고 한다.

한 달 월급이 쌀 800g, 1kg도 안 될 정도면 북한 사람들은 뭘 먹고 살까. 그런데 생활비를 환산해보면 아주 못 사는 사람의 월 지출이 한 5만원 된다. 좀 산다고 하면 월 15만원, 제법 산다고 한다면 월 30만원이다. 월급이 3000원인데, 어떻게 월 15만원, 30만원을 지출할 수 있을까? 그것이 북한 경제의 수수께끼이고 들어가보면 가능한 사실이다.

지금 북한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당관리 자제의 혼수품은 우리가 만든 쿠쿠전자밥솥이다. 북에서는 쿠쿠밥가마라고 한다. 북한돈으로 120만원이다. 중국산도 들어오는데 그것은 30만원 정도 한다. 북에서는 지금 ‘Made in Korea’만 붙으면 값이 4∼5배가 뛴다. 신의주에는 ‘Made in Korea’만 틀로 박는 봉제공장도 생겼을 정도다. ‘Made in Korea’가 붙어야 시장에서 값어치를 한다는 것은 참 달라진 현상이다.

김정일은 이제 체제 유지가 예전에 비해서 굉장히 고비용 구조로 바뀌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인민들이 따르는 양상이 아직 지배적이지만 거기에 일탈 현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뇌물 주는 것을 ‘고인다’고 한다. 고이면 보통 꿩 3마리를 고인다고 하는데, 꿩은 일본돈 1만엔짜리를 보면 꿩이 그려져 있어서, 꿩 3마리라는 것은 3만엔을 의미한다. 그리고 100달러짜리가 푸르스름하다고 해서 ‘풀돈’이라고 부른다. 풀돈 10개 가져다 바치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총화라는 것은 변화의 싹을 자르는 아주 좋은 통제 메커니즘이다. 얼마 전 탈북자 두 명과 같이 저녁을 먹는데 사이가 별로 안 좋은 것 같아 보였다. “같은 마을이고 북에 있을 때에도 잘 아신다면서요.” 그랬더니 “잘 알지면 나는 저 친구 신뢰하지 않습니다.” 왜냐고 물었더니 “저 친구 유치원 때부터 나를 씹고 다녔습니다.” 총화시간에 서로 잘못을 지적한 것을 평생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북한에는 인민반이라는 것이 북한 마을에 하나씩 형성되어 있는데, 보통 500명 정도를 큰 단위, 작은 단위는 200명 정도의 가구를 통제하는데, 세대주반장은 남자들이 하고 인민반장은 주로 여자들이 한다. 그 인민반장이 북한의 기본적인 사회 동태 변화를 당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하는데 제법 잘 가동되고 있다.

이혼녀가 총각 구하는 경우도 있어북한은 이제 국가와 개인의 사적 활동 영역이 상당히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신 공적인 영역과 국가의 영역, 북한당국의 영역은 대단히 형식적으로 굴러가는 면이 많아졌다. 그리고 공적인 지휘를 가지고 사적인 이익을 확보해나가는, 즉 공공의 영역이 사적 영역에 의해서 역전당하거나 침투되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서 체제 변화의 싹이 예전에 비해서 상당히 크게 자라고 있다.

성분과 토대가 북한에선 굉장히 중요하다. 외가와 친가의 12촌까지 따져서 일제에 부역했거나 남쪽에 가족이 있으면 그 사람은 정규대학에 가기 힘들다. 군대에 가더라도 영관급은 되지 못한다.

북한에는 항상 자리표가 두 개가 있다. 인민부, 즉 경찰에서 작성한 자리표와 국가안전보위부, 즉 국정원에서 작성한 자리표다. 항상 자리표는 긍정과 부정 두 가지로 표현된다. 그래서 당에서 그 사람을 잘 활용할 때는 긍정적인 것을 계속 치켜세워주고 그사람을 칠 때는 바로 부정적인 자리표를 꺼내놓는다.

왜 당과 나라에 충성하던 사람들이 모든 것을 던지고 남한으로 내려오는가. 내 자리표에 이러한 부정적 요소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도망치는 것이다. 내가 부정적으로 평가받게 되었다는 것을 친구들이 알려주는 순간 군복을 입은 채 국경을 넘는다.

북한은 시장이 상설화되면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성향도 예전에 비해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의식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눈을 뜨기 시작하고 있다.

북한의 여성은 참 불쌍하다. 잠도 하루에 네 시간 정도밖에 못 자고, 모든 가사에 드는 비용을 본인이 조달해야 한다. 북한의 남자들은 절대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 북한의 남자들에게 설거지를 하라고 하면 그날은 두들겨맞는 소리가 이 집 저 집에서 나온다. 절대 설거지하지 않는다. 굶어죽어도 남편은 누워서 담배 가져와, 물 가져와 이런 것밖에 하지 않는다.

그런데 북한 여성들은 이제 가재권을 쥐기 시작했다. 시장에 나가서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오니까 가독권까지 쥐게 됐다. 북한 여성들은 최근에 남편들을 멍멍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밥만 먹고 집을 잘 지킨다는 의미다.

여성문화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연하의 남자랑 결혼하는 것은 하늘이 부끄러운 짓이라던 북한 사회가 조금씩 연하의 남자를 찾고 있다. 이혼한 여자가 총각을 구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은 대단히 큰 변화다.

대남관은 바뀌지 않았다 북한은 남쪽 정세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정일은 이렇게 얘기를 했다. “동무들, 두 가지만 지키라. 하나는 우리 공화국 체제 결속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남조선에서 계속 자본주의 사상을 침투시키는데 조심하라. 홍역에 걸리지 마라.” 홍역은 공작원으로 파견했는데 자수해서 전향하는 것을 홍역에 걸린다고 말한다.

김정일은 첫 번째로 자신들의 체제 결속, 두 번째로 미국으로부터 체제만 담보받으면, 남한 공산화는 자신들이 결정하는 순간에 할 수 있다는 얘기를 통일선전부 부원들에게 계속 얘기하고 있다.

‘핵무기, 핵실험 계속해라. 미국의 관심 끄는 방법은 그 방법밖에 없다. 그 다음에 체제 결속을 위해서는 철저히 문을 걸어 잠그라. 그리고 반미 정서가 항상 남한에 충만하도록 만들라’고 교육한다.

그러면 남한을 대만과 같이 UN으로부터 축출시킬 수 있고, 반미 정서를 고조시키면 남한의 공산화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는 그러한 정세 속에서 북핵 문제, 대만 전략 등 모든 것을 실행해나가고 있다. 변하지 않았다.

북에서는 한총련이고 전대협이고 이용할 가치가 있을 때만 이용하는 단체로 분류가 되어 있다. 자본주의 부르주아에 기생하고 있는 대학생은 척결해야 할 17개 계층 중에 마지막 계층에 들어 있다. 북의 대남관은 절대 바뀌지 않았다. ‘전 한반도를 주체사상화하고 공산화하여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루는 그날을 위해’라는 조선노동당 규약이 있다. 고치겠다고 했지만 고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엄청 욕하고 있다. 왜 지난 정부에서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느냐는 것이다.

북한체제는 예전에 비해서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 변화가 집단적으로 변하거나 자연스럽게 밑으로부터의 봉기가 가능할 정도로 갈 수준은 아니다. 왜냐면, 그 변화는 예전과 다른 모습을 제어하고 통제하는 단속과 처벌도 동시에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힘이 센지는 조금 더 시간이 가봐야 안다. 문제는 식량난으로 지금과 같이 유지되는 상황이라면 내년 2, 3월을 넘기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비료 50만톤이 가지 않는 바람에 모든 옥수수가 쭉정이 상태로 열매가 영근 상태다.

얼마나 버틸까 하는 상태에서 그림을 하나 그려보았다. 김정일 체제가 강하게 유지될 경우 김정일의 리더십도 강하고 주민의 충성도도 변화가 없다. 주민의 충성도는 변화가 없는데 김정일 리더십이 약해진다면 김정일 사후에 권력 투쟁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김정일은 잘 통치하고 있는데 주민들이 변화해서 북한 사회가 흔들리게 되면 대량 탈출도 가능하다. 둘 다 약하면 안에서부터의 봉기가 시작되고 불평불만이 집단적으로 분출할 수도 있다.

|Profile|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였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육군사관학교와 제주대 교수 및 일본 게이오대학 법학부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통일부, 국방부, NSC, 민주평통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8년 11월 10일(월) 9:43 [이코노믹리뷰]



객관적인 글인듯....

대남 전략은 변하지 않았다..

내부적인 변화는 오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