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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대 사진과 출신 신정환.. 카파이즘의 이면... 파리의 키스


신정환 댕기열 그 사진, 꽤 심오하다
■ 한겨레 오피니언넷 <훅> 바로가기 
하니Only
이 사진, 요즘 가장 유명해진 사진 중 하나일 것이다. 신정환이 댕기열로 사경을 헤매는 사진이란다. 물론 이 사진은 조작으로 밝혀졌지만 … 꽤 의미있게 읽힌다. 이 사진을 자세히 보면 매우 정교하게 찍힌 흔적을 발견한다. 주인공 신정환을 중심으로 하는 완벽한 3분할 구도. 서류를 바라보는 간호사의 시선. 신정환의 상태를 바라보는 의사. 커튼이 드리워진 묘한 공간 분할. 정말이지 셔터를 누가 눌렀는지(물론 연출은 신정환이 했겠지만) 세련된 사진 실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사진의 매력은 형식미 뿐 아니라 어설픈 상황 연출에도 있다. 누가봐도 저것이 댕기열 환자의 모습이라 생각할 수 없게하는 주렁주렁달린 의료기구하며 어설픈 간이 침대는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자아낸다. 그래서 이 사진은 재미있다. 마치 요즘 유행하는 스테이지드 포토(상황을 연출한 예술 사진의 한 장르)를 보는 듯 하다.

게다가 언듯 떠오르는 체게바라의 이 사진 한장.

체게바라가 죽었다는 증명을 위해 볼리비아군과 미국의 CIA가 총촐동했다. 살았다, 죽었다, 고문당했다 등등 말도 많았던 사진이 찍혔다. 이 사진은 증거 능력으로서도 훌륭하지만 죽음의 비장미는 신정환(댕기열)의 사진도 못지 않다. 사진의 조작은 아주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자신이 이루려는 목적을 위해 사진이 갖고 있는 증거 능력을 십분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진의 조작은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없었던 사건을 인위적으로 연출해 조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만들어진 사진을 조작해 거짓 사진으로 만드는 것이다. 후자는 특히 독재시대 많이 유행했는데 최근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지난 9월 15일자 BBC 인터넷판은 이집트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관영신문 알-아흐람의 지난 14일자 신문 6면에 “샤름 엘-셰이크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무바라크 대통령이 중동 평화협상에 참석한 지도자들과 레드 카펫 위를 걷는 사진이 조작되었다고 폭로했다. 당연 오바마가 지도자 중 지도자 처럼 보이니 무바라크의 측근들은 불편했을 것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포토샵을 이용해서 따붙이기를 한 것이다. 무솔리니나 히틀러 시절에는 암실에서 생고생을 해야 만들 수 있지만 지금은 초등학생도 포토삽으로 간단하게 해치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후 조작은 자세히 보면 결국 조작의 흔적이 보이기 때문에 사진가들이 선호한 것은 연출 조작이었다. 지난 20세기 내내 조작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사진이 바로 이 사진이다.

이 사진은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 공화파 병사의 죽음을 찍은 사진으로 미국 라이프지에 실린 로버트 카파의 사진이다. ‘카파이즘’이라는 저널리즘 용어가 생길 정도로 유명한 사진이기도 하지만 연출된 사진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스페인 파이스 바스코 대학의 호세 마뉴엘 수스페레구이 언론학 교수가 오랜 조사 끝에 이 사진은 세로 무리아노에서 35마일 떨어진 에스페호 마을에서 연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지역은 전투가 없었던 지역인데다가 카파의 사진이 담긴 롤필름 마지막 컷 단체사진에 이 인물이 다시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사진은 전설이 됐고, 사진을 소장하고 관리하는 동생 코넬카파는 이제 긍정도 부정도 하지않는 침묵의 사진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로버트 카파는 왜 이 사진을 연출했을까? 나치에 의해 핍박을 받은 유태인 출신이니 충분히 공화파를 지지하는 이데올로기적인 동기도 발견할 수 있지만 출세에 대한 욕망이 더 컷을 것이다라는 것이 중론이다. 젊은 나이에 내전에 뛰어든 분쟁사진가들의 대부분이 그런 동기로 출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인생 나머지는 분명 ‘카파이즘’에 합당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분명하게 조작되고 선전된 사진도 있다. 우리가 세계 2차 대전의 상징처럼 떠올리는 이 사진이다.

미군의 이오지마 전투의 승리를 확인하는 이 사진은 사후에 연출되었고, 깃발 역시 작다는 이유로 바꾼 전형적인 연출 조작 사진이다. 하지만 아직도 꽤 많은 사진전문가들 조차 이 사진을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형인양 착각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뭐 하지만 이렇게 악질적인 조작 사진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출이기는 하지만 남에게 피해는 커녕 행복감을 주는 사진도 있다.

로베르 드와노의 ‘파리의 키스’라는 작품이다. 파리를 어슬렁 거리며 사진 꺼리를 찾던 드와노는 지나가는 연인에게 키스를 부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연출은 당사자들에게 불이익을 주지도 않았고 보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았다. 단지 동료들 사이에 시기와 질투를 불러일으켰을 뿐이다.

인위적 조작과 프로파간다. 대중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진의 증거능력. 그리고 사진 속에 담긴 비장한 컨텍스트. 신정환이 방송에서 보여주는 에드립의 달인이라는 실력은 사진에서도 증명된다. 사실 신정환이 서울예대 사진과 출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않다. 사진과 출신의 에드립 달인이 만들어 낸 이 사진은 두고두고 사진사에서 회자될 만 하다.

사진은 결코 진실이 아니다. 사진은 그 사람의 세계관을 투영할 뿐이다.

사진가 이상엽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4062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