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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in the Box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Pan's Labyrinth, El Laberinto Del Fauno, 2006)★★★★★


판의 미로는 스페인 내전 어쩌구 하는 선입견 때문에
내용이 다소 정치적이지 않을까 했는데
반지의 제왕같은 판타지도 과히 좋아하지 않는 내게
괜찮은 선택이 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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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정치적인 상황을 이해할 필요도 없고
무턱대고 화면 가득한 전쟁씬이 나오지 않는 판타지라서 더 좋다.


2007년 오스카를 6개나 거머쥐었고
판타지 영화에 냉담한 칸영화제에서 첫상영후 22분간 기립박수를 받고
영화제 기간동안 가장 주목을 받았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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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부분의 판타지 영화들이 현실과 유리된채 전혀다른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두개의 스토리가 각각 평행으로 시분할되어 이어지는 이야기라면 판의 미로는 현실과 동화가 같은 시공간에서 불연속성없이 적절히 연결되며 스토리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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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인생은
어차피 슬픈 이야기다.
누구도 죽음앞에서 행복할수는 없다.
아무리 부자라 할지라도 병에 걸려 죽거나 노쇠해서 결국 죽음앞에서는
빈자와 다르지도 않고 슬픔만 있을뿐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알게될 세상은 잔혹하다고 믿는 사람들보다는
오필리아 처럼 동화속 세계에서 열쇠를 찾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현실은 정말 동화속 세상이 되지않을까.

판의 미로도 슬픈동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슬프고도 행복한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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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개의 장면을 일일히 스캐치한 블레이드2의 멕시코계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와
그의 상상을 현실로 옮긴  캉콩 언더월드 Mr.&Mrs. Smith 등을 만든 헐리우드 최고의 특수효과 제작팀의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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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개의 열쇠....


가장 두려운 존재를 상대할 용기,
세상을 살아나가는데 가장중요한것.

가장 탐스런 음식을 참아낼 인내
우리는 얼마나 욕망을 참아낼수있을까?

가장 아끼는것을 포기할 희생
희생은 정말 가장 쉽고도 어려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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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from 필름 2.0       스포 엄청남


반인반수의 형상을 하고 있는 ‘판(Pan)’은 그리스신화에서 목양신으로 알려진 존재다. 판은 숲과 들에서 동물을 보호하는 일을 맡았고, 숲에 사람이 들어오면 공포감을 조성해 동물을 보호했다. 로마시대에 들어서면서 판은 자연 자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했다. 이처럼 ‘판’은 서구사회에서 친숙한 신화의 상징이다. 그리스신화의 12신 가운데 하나인 전령신 헤르메스의 아들로 알려진 판은 공포라는 맥락에서 패닉(panic)의 어원으로도 알려져 있다. 판은 흔히 털이 많고 염소처럼 생겼으며, 몸통은 인간이지만 뿔을 달고 발굽이 갈라져 있는 형상으로 묘사된다. <나니아 연대기>에 소녀 루시와 만나게 되는 반인반수 툼누스는 판의 모습을 빌려온 것이다. <판의 미로>에서는 제시되는 판의 형상은 보다 거대하고, 힘이 있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판의 미로>는 오필리아가 겪는 현실의 드라마와 판타지의 모험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교차 편집을 활용하여 관객들에게 제시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소녀에게 부여된 첫 번째 임무는 나무속으로 들어가 거대한 두꺼비에게 환약을 먹이는 것이다. 모아나 공주는 파티를 위해 새롭게 장만해준 옷을 곱게 벗어두고 진흙과 벌레들이 득실거리는 나무속으로 들어간다. 화면이 전환되면 반군을 추적하는 정부군의 모습이 교차 편집된다. 오필리아의 새 아빠는 황급히 사라진 반군들의 흔적을 살피면서 ‘항생제’를 발견한다. 오필리아는 거대한 혀를 날름거리며 벌레를 잡아먹는 두꺼비를 속여 판이 건네준 환약을 먹이는 데 성공을 거둔다. 두 장면은 단순한 교차 편집의 수준을 넘어서서 묘한 대구를 이룬다. 반군들이 두고 간 항생제와 두꺼비에게 먹여야 하는 환약은 ‘약’이라는 기호의 대비를 이루면서, 두 이야기가 동전의 양면처럼 읽히도록 만들어 준다.

나아가 이러한 대비는 <판의 미로>가 단순한 판타지영화가 아니라 잔혹한 현실 속에서 피어난 동화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현실이 잔혹해질수록 소녀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판타지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얼핏 보기에 이러한 대비는 수많은 판타지가 수행하는 현실도피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새로운 곳에서의 새 아빠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는 오필리아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일 것이다. 그러나 오필리아의 환상 모험은 단순한 도피 이상이다. 소녀가 감수해야 하는 세 가지 모험은 각각 용기, 인내, 희생이라는 인본주의적 주제를 드러내는 판타지의 장치다. 세 가지 덕목은 오필리아가 살고 있는 시대에 말살되고 있는 인본주의적 가치들이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 임무에 등장하는 식인귀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오필리아는 아이들을 잡아먹고 있는 식인귀의 모습이 그려 있는 방에 도착한다. 식인귀는 자신의 두 눈알을 접시에 올려 둔 채 잠들어 있다. 무사히 두 번째 열쇠에 해당하는 칼을 찾고 떠나려 할 때 화려한 음식이 소녀를 유혹한다. 임무를 부여받기 전 판으로부터 음식에는 절대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를 들었지만, 판타지의 세계에서 금지는 강한 유혹이 되기 마련이다. 포도알을 우물거리고 있는 동안(마치 눈동자를 연상시키는) 식인귀는 깨어나 자신의 눈알을 손바닥에 박아 넣는다. 식인귀가 사물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양 손바닥에 박힌 두 눈동자를 자신의 머리에 갖다 대는 순간이다.

이미 앞에서 언급했듯이 두 번째 임무는 ‘인내’ 혹은 ‘금욕’을 상징한다. 드라큘라를 포함해 아이를 잡아먹는 식인귀의 전설이 인간의 탐욕이 불러낸 결과였듯이, 식인귀라는 존재는 인내와 절제에 반대되는 탐욕을 가리키는 것이다. 오필리아의 욕심은 식인귀를 깨우는 결과를 낳게 되었고, 그것은 곧 어머니의 비극적인 죽음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필리아의 어머니 역시 새로운 남편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궁핍한 현실 속에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결혼하기를 결심한다. 하지만 그것은 삶을 합리화하는 탐욕적인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결혼은 자신의 죽음을 부르는 길이 되었고, 혈육인 오필리아마저 불행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오필리아의 남동생은 태어나자마자 아무런 혈육이 없는 천애고아가 되었으니, 그의 출생은 축복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소녀 오필리아에게 있어 죽음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요정나라의 공주로 돌아가기를 갈망했던 자신의 소원이 성취되는 순간이다. 마지막 임무인 ‘희생’ 정신을 보여줌으로써 오필리아는 요정나라의 닫힌 문을 열고, 자신의 왕좌로 돌아가는 영광을 맞이한다. 모리스 레비가 했던 유명한 말인 “환상성은 인간이 신념의 차원에서 잃어버렸던 것을 상상의 차원에서 스스로에게 제공하는 하나의 보상이다”라는 말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보상의 순간이 주어지는 것보다 유령과의 만남이 깨어지고, 고아 소년들이 마을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하는 <악마의 등뼈>의 결말부가 더 좋기는 하지만 대중 판타지영화로서 <판의 미로>는 미로의 끝에 잠재돼 있는 소녀(혹은 관객)의 욕망을 실현시켜준다. 그것은 구원으로서의 의미보다는 억압된 현실에 대한 보상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새 영화는 완숙미 넘치는 판타지의 미로를 제시할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뛰어난 시각적인 구경거리와 더불어 가장 기본적인 판타지 드라마를 짜낼 수 있는 감독이 그리 흔하지는 않은 것이 대중 영화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전에 할리우드에서 택한 ‘블레이드’, ‘헬보이’와 같은 캐릭터들 역시 단순한 영웅은 아니었다. 그들은 복잡한 내면을 지니고 있는 번뇌하는 인간 변종들이자 인간과 괴물(흡혈귀) 사이에 서 있는 경계의 존재들이다. 그것은 흥미로운 이야기 틀 속에서 많은 생각들을 던져주기에 어울리는 존재들이자 기예르모 델 토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안내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