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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경전철>②무리한 사업추진 왜?





이벤트성 행사 맞춰 예상 수요 과대포장 

민간사업자 최소수입보장으로 막대한 재정부담 

기술 종속에 부실 설계·시공·감리까지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인천 월미은하레일과 용인 에버라인은 전국 곳곳에서 진행·추진되고 있는 경전철 사업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치적과시를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과장된 수요 예측, 부실 설계·시공·감리,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 도입 등 숱한 문제가 발생해 결국 국민의 혈세 부담으로 돌아왔다. 

◇이벤트성 행사에 맞추려고 추진 = 인천 월미은하레일의 공사 계획은 안상수 전 인천광역시장이 추진하던 '인천세계도시축전'의 이벤트 일정에 맞춰져 있었다. 

이 때문에 2008년 6월 말부터 2009년 7월 말까지 1년1개월 만에 모든 공사를 끝내겠다는 무리한 계획이 수립됐고 이것은 설계·시공·감리의 하자로 이어져 지금까지 개통조차 하지 못하는 요인이 됐다. 

게다가 월미은하레일이 도입한 미국 어바넛(Urbanaut)사의 기술은 1970년대에 특허가 나왔으나 실용화된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공사 기간을 짧게 잡은 것은 안전성 검토에 치명적인 타격을 줬다. 

성기철 인천교통공사 홍보팀장은 "어바넛사의 Y형 중앙 안내 레일 방식은 검증된 적이 없는 신기술이었는데 공사 기간이 짧게 잡혀 있어 문제를 파악하고 바로잡을 시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의 시초는 2005년 2월 인천시의 '월미관광특구 마스터플랜'에 들어 있던 근대 노면 전차 도입 계획이었으나, 이후 계획이 달라져 노면 전차 대신 모노레일 방식의 경전철을 도입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과장된 수요 예측 = 용인 에버라인은 과장된 수요 예측에 따라 무리하게 추진된 사업이 파국을 맞은 예다. 

에버라인의 하루 이용객 예측치는 2001년 나온 '용인경전철 실행플랜' 용역보고서에는 2011년 18만3천명, 2021년 20만4천명으로 돼 있다. 또 2004년 체결된 실시협약서에서는 2011년 16만1천명, 2021년 18만8천명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올해 초 나온 경기개발연구원 보고서의 예측치는 2011년 3만2천명, 2021년 7만6천명으로 용인시가 사업 전에 발주했던 용역 결과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수요 예측치를 부풀리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사업자 모두에게 득이 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입장에서는 민자를 끌어들여 사업을 쉽게 추진하는 것이 치적을 쌓는 데 유리하고, 민간사업자의 입장에서도 사업추진 결정이나 재원 조달에 도움이 된다. 

◇MRG로 막대한 재정부담 = 특히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면서 적자가 나더라도, 최소수입보장(MRG) 조항에 따라 당초 예상치의 80∼90%를 보전받을 수 있어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 

MRG는 1998년 12월 외환위기 상황에서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것으로, 민간 자본이 투입된 사업의 수입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 20∼30년간 최소 수입을 보장해 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과장된 수요예측으로 국가와 지자체에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한다는 지적에 따라 2009년 10월 폐지됐으나, 이미 협약이 체결된 용인 에버라인, 의정부 경전철, 부산-김해 경전철, 지하철 신분당선 등에는 이 제도가 여전히 적용된다. 

경기개발연구원의 수요 재검증 결과를 적용할 경우 용인시가 에버라인 사업자에게 줘야 할 보상액이 30년간 2조5천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용인시의회 용인경전철조사특별위원회의 분석이다. 

이 위원회의 지미연 위원장은 "수요 예측부터 크게 잘못됐던 이번 경전철 사업은 처음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다만 잘못된 수요 예측의 시작이 국책 연구기관인 교통개발연구원의 용역 결과였던 만큼 국가도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역 이기주의 = 지방자치단체들이 무리하게 이런 사업을 추진한 배경에는 지역 이기주의가 깔려 있다. 

경전철의 건설 비용과 운영 인건비가 일반적인 지하철인 중(重)전철에 비해 훨씬 적게 든다는 얘기를 들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잇따라 경전철 건설 구상을 내놓아 '역세권 개발'을 기대한 주민들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 

지하철을 놓아 달라는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지만 늘 '중·장기 계획 검토'만 발표되고 실제 사업은 이뤄지지 않은 지역에서 이런 사례가 많았다. 

1996년부터 추진된 용인 경전철의 예를 들면 이와 유사한 노선이 1990년대 후반 발표된 철도청(현 코레일)의 수도권 동남부 내곽순환선 구상에 포함돼 있었으나 국가 차원의 투자 순위에서는 계속 밀렸다. 

대도시와 그 주변의 교통난을 중전철이나 경전철로 해소하겠다는 정부 차원의 계획은 1990년대 초반부터 잇따라 발표됐으나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대부분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 때문에 용인시는 국가나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교통 계획과 연계하지 않은 채 자체적으로 사업 추진을 결정했다. 

에버라인은 분당선 연장 구간이 2008년까지 개통될 것이라는 전망을 기초로 수요 예측이 이뤄졌으나 이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기술 종속 = 경전철 사업이 해외 업체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점도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차량은 국내 제작 사례가 있으나 레일과 운영시스템, 주요 장비는 외국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월미은하레일은 미국 어바넛, 용인 에버라인은 캐나다 봄바디에(Bombardier)의 기술을 들여 왔다. 이 때문에 시스템 도입 단계는 물론이고 유지·보수도 해외 업체에 계속 의존해야만 정상 운영이 가능하다. 

사업 입안 단계뿐 아니라 협상 과정에서도 기술 이전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에버라인의 경우 민간 사업자의 기술 지원이 없으면 운영 자체가 어려운 가운데 사업 협약이 해지돼 버려 무척 난감해졌다. 

현실적으로 봄바디에 이외에 이를 운영할 수 있는 기술을 지닌 새로운 파트너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월미은하레일 사업 주체인 인천교통공사는 어바넛 시스템의 안전성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보고 선로를 철거한 뒤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들여 오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역사와 시멘트 구조물 등 시설만 남겨 레일 바이크 등 다른 용도로 재활용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부실 설계·시공·감리 = 월미은하레일의 경우 설계·시공·감리의 총체적인 부실도 드러났다. 

올해 6월 발표된 시민검증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월미은하레일 시공사는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적이 없는 어바넛 시스템을 도입하면서도 건설기술관리법에 의한 신기술 인증을 받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기술적·법적 관련 근거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와 시공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레일 재질이 철재에서 알루미늄으로 변경됐으나 제품 인증을 받지 않은 점과 낙하방지시설과 배수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시공 단계를 보더라도 전체 교각의 91%에서 교각과 상판을 연결하는 고장력 볼트가 3개 이상 누락됐고, 준공 도면과 일부 교각의 위치는 최대 40cm나 차이가 났다. 

전면 책임감리를 시행했던 감리단 역시 준공에 필요한 레일의 구조계산서, 신공법평가보고서, 시운전평가보고서 등 주요 항목을 빠뜨렸고 알루미늄 레일의 품질 인증 항목도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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